20201024 가을은 왔다
가을은 왔다. 안 올 것 같은 가을이 왔다.
올해 날씨가 유독 이상하긴 했지만 9월은 더더욱이 그 정도가 심했다.
60일이 훌쩍 넘는 장마가 끝난 후 우리가 맞이한 가을은 찬 바람이 무섭게 몰아치는 한 자릿수 온도였다.
나는 장마가 끝난 그다음 날 새벽의 공기를 가르고 스쿠터로 출근을 하다가 도저히 운전할 수가 없어서
중간에 그것을 새웠다. 그리고 그날 점심 코엑스에 발열 속옷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그것을 사러 갔다.
얼마나 날씨가 이상했는지 경상도 지역에는 10월에 벚꽃이 폈단다. "도깨비가 기분이라도 좋았던 걸까?"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올해는 그냥 이상했다. 도깨비 따위는 없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은 이 이상한
한해는 그렇게 한 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봄을, 그들의 눈물로 가득 찬 여름을,
낭만 없는 가을을 넘어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법한 겨울을 준비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가을은 결국 찾아왔다.
가을의 정령들을 맞이하러 갔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피어난 것이 아닌 서울시 공무원들이 정성 가득히 심었을 것이다.
자연적이 아닌 그들의 세력을 만들어 준 것은 그들의 노력이 아니겠지만 뭐 어떠하랴.
올해 중 가장 사랑받는 존재들은 너희들일 것이다. 올해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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