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골수)기증 준비하는 이야기
ㅁ. 프롤로그
8월 중순쯤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뒤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부재중통화로 찍혀있던 한 통화.
저장되지 않은 번호여서 스팸이었겠거니 했었는데 어디서 본 번호 같았다.
긴가민가하면서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보니
"안녕하세요. 조혈모세포은행 코디네이터 OOO입니다. 조혈모세포 기증문의로 연락드렸습니다."라는 음성.
아니 중요한 전화인데 문자라도 보내주지 그냥 넘어가면 어떻게 하려고 -_-;;;;
사실 연락을 받기 전에 조혈모세포 은행에서 전에 연락이 온적이 있었다.
올해 초 4월 20일.
그때도 역시 부재중으로 연락이 온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연락을 받을 때 마다 부재중이었다. -_-;;; 죄송스럽네.. 다음부턴 꼭 받는걸로.. -_-)
그때는 문자로 같이 기증문의를 보내주셔서 다행이 재발신을 걸어 통화를 했다.
3년전 서울서부혈액원헌열센터에서 등록하시지 않으셨냐고, 그렇다 했더니
이번에 일치되는 골수 수혜자분이 나타나서 기증을 해줄 수 있냐고 문의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난 당연 기증해 줄 수있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필요한게 있냐 물어보니
추가적인 유전자 확인을 위해 피를 뽑아야하니까 일하시는 곳으로 직접 방문해야할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다.
음...? 여기로 온다고...? 피는 병원에서 뽑는거 아닌가?
(이렇게 이메일로 자세한 설명이 왔다. 사실 전화통화로 어느정도 들은 얘기들)
다음날, 진짜로 코디네이터 분이 직접 도서관으로 찾아오셨고
피를 뽑으시면서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한 설명을 말씀하셨다.
일단 혈액 성분 4자리 8짱 중에 2자리 4쌍만 일치하기 때문에 나머지 4쌍의 일치여부를 확인해야한다는 점. 실제 기증가능여부는 50%정도.
그리고 만약 일치가 된다면 기증은 2-3개월 후에 하게되며 대략 기증 한달전에 신체검사를 받게되고
기증은 대학병원에서 하게된다는 것.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미디어에서 많이 바왔던 허리에 크고 아름다운 주사바늘을 삽입해 다이렉트로 뽑아내는 것 하나.
또 하나는 4일 전부터 그라신이라는 촉진제 주사를 맞아 백혈구들을 열심히 뿜뿜한 다음 기증 당일 혈소판 기증하듯이 원심분리기에서 뽑아내는 것 둘.
근데 전자는 아주 옛날에나 그렇게 했었고 왠만하면 촉진제를 통한 후자의 방법으로 기증을 하게 된다는 것.
촉진제의 부작용으로 요통, 두통, 발열, 불면, 식욕부진, 구토감 등이 올 수도 있다라고 안심되게 말씀하시지만 경험상 100% 무조건 온다. -_-;;
이것은 후에 따로 설명하겠음.
가장 중요한건 가족간의 동의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
골수를 받는 수혜자가 전처치 (몸에있는 자신의 골수를 모두 제거하는 과정)중에 기증자가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
기증받는 수혜자는 그렇게 수술대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죽음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한다. -_-;;; (설마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있을까하는데 실제 있었다고 한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한 설명을 듣고나서
가족간의 동의를 받으시고 저희에게 연락을 달라는 코디네이터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렇게 코디네이터 분이 가시고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이번에 조혈모세포를 기증을 하려고하는데 괜찮겠느냐."라고 여쭈어봤는데
"일단 생각해봄"이라는 답변을 하시고 그렇게 한 10분정도 생각해보시는듯 하더니
"절대 안됌 ㄴㄴ" 이라는 절망적인 답변을 하셨다.
왜 안돼나요 난 하고싶은데.. 라고 이유를 물어보니
네 몸에 해가 될 수도 있는거 아니냐라는 어느 부모님이라고 충분히 걱정하실만한 걱정.
하... 코디네이터에게 자신있게 있다가 연락드릴께염 이랬는데.. --...
그렇게 연락해서 "몇일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말할줄은.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하필이면 그게 우리 부모님이지만 어디있으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설득을 했고,
몇일 뒤 정말 마지못해 그래 너가 하고싶으면 하렴이라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면서 담당 코디네이터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피도 뽑았고 설명도 들었고 가족에게 허락도 받았고 이제 유전자만 일치하면 되는구나~ 하고 연락을 기다렸고
한 2주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을 땐
"안타깝지만 유전자가 65%만 일치하는 바람에 이번 기증은 취소되었습니다."
라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하... 한껏 기대했는데
어쩌겠엉... 취소되었다는데. 사실 나보다 훨씬 더 안타까운건 수혜자일텐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혜자분이 다른 좋은 기증자를 만나 완쾌하길 바라면서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달 뒤..
(아니 보통 이런거는 몇년 뒤라는 강한 임펙트가 있는데 나는 몇달 뒤 --...;;;;;)
다른분이 내 혈액 성분과 일치한다고 연락이 왔다.
저번에 혈액 성분 검사를 하고 나머지 4쌍 유전자 정보를데이터베이스에 올려놨는데
이번에는 추가적인 검사할 필요 없이 100% 일치라는 코디네이터 분의 말씀. -_-...
(아니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이 1/20000이라면서 어째 나는 그걸 두번이나 한해에 당첨된건지. 로또라도 사야하나.)
이번에도 기증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당연히 기증 할 수 있다고 답변드렸고
어머니에게 전화드려 "저번에 취소되었던 조혈모세포 기증이요.. 또 연락왔어요. 일치하는 사람 있다고. 해도되죠?"
라고 여쭈어보니 흔쾌히"하... 그렇게 하고싶으면 해라 간도 쓸개도 다 때줄 이타주의자 새키야."라는 답변과 함께
그렇게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게 되었다.
ㅁ. 기증하기 전 과정
기증여부를 확인하고 가족과의 동의를 얻은지 한달정도 지났다.
기증하기까지 2-3개월정도 걸린다는 말을 사전에 미리 해주셔서 알고는 있었지만
한달이 넘에 연락이 오지 않자 궁금한 나머지 먼저 연락을 했다.
전화를 해봤으나 5시가 넘어서인지 연락을 받으시지 않았고 다음날 연락이 왔다.
물어보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아무래도 수혜자분 몸 상태와 스케줄이 정해져야 기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혜자 분이 있는 병원에서 조혈모세포은행으로 연락을 하고, 코디네이터 분들도 기증자와 연락을 통해
그 기간을 조정해 기증을 하는 것.
어찌보면 브로커(?)나 중계무역상(?)인 셈.
곧 연락이 올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라는 친절한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나서 일주일후 기증일자가 정해졌다고 연락이 왔다.
11월 2일부터 4일
11월 7일부터 9일
11월 15일부터 17일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이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1월 보단 12월이 더 좋아서 12월에는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환자분의 치료받는 사이클이 11월에 돌아오는지라
12월은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각 기간마다 대학병원이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해서
가까운 이대목동병원을 포함해 멀리는 한양대학병원, 건대병원, 서울삼성병원까지
입원하는 병원이 달라질 수가 있다고 한다. 가까운 이대목동병원은 별로 땡기지 않아서 일단 pass.
흠..... 그렇다면 남은건 집에서 한시간 넘게 걸리는 병원들이라.. -_-... 뭐.... 통원치료가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입원하는 서울삼성병원을 선택했다.
강남은 가뜩이나 가볼일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가서 입원하고 둘러보면 재밌겠지 라는 생각. (입원하는 사람치곤 참 속편한 생각이다. -0-)
사실 이것 말고도 의료서비스로 삼성을 자주 이용했다.
강남에 있는 삼성아이센터에서 ICL 수술받았고 사설의료보험으로 삼성화재보험도 있어서
이왕이면 깔맞춤(???)도 할겸.
10월 2일이 생일이라 난 비행기타고 제주도로 놀러갔는데
병원 알아보느라 고생하신 OOO 담당코디네이터님... 죄송합니다. -_-;;;;
재미나게 촬영하고 놀고 먹고 -_-
제주도를 갔다와서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현대인들은 과도하게 많은 비중의 오메가6 지방산에 노출되어있고 오메가 6와 오메가 3의 비율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으라고 말한다.
살면서 약을 챙겨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심지어 이전에 수술을 받았을 때 받은 약도 끝까지 챙겨먹지 않았다 --),
이왕이면 수혜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더 되고싶어 오메가 3가 정말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어를 6kg를 주문하고 코스트코가서 오메가 3을 구매후 하루에 하나씩 챙겨먹고있다.
(받아보니 연어를 너무 많이 주문한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리고 분명 난 냉동 연어를 주문했는데 완전 쌩!!! 연어가 배송되어 왔다. 심지어 토막나지도 않은 크고 아름다운 연어 한마리를...
보내신 분이 착각했다고, 죄송하다고 하는데.. 어째.. 다시 반품 할 수도 없고. 먹어야지.
손질만 무려 한시간 이상 걸렸다는... -_- 나중에 이것도 포스팅 해야지)
(참고로 이 책에서 로우밀크; raw milk; 멸균하지않은 생우유가 상당히 몸에 좋다고 나오는데
찾아보니 미국 식약청에서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먹지 말라고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다.
뭐 한국에선 찾아서 먹기도 어렵겠지만 왠만하면 먹지 마시길 -ㅁ-)
참고: http://www.fda.gov/Food/ResourcesForYou/Consumers/ucm079516.htm
그리고 보름후, 나는 기증 전 신체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나머지는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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