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9 스위스 리펠제호수에서 하루 밤 지내는 이야기. 두번째.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3000m 산 속 한 가운데에 밤이 드리웠습니다.
이제부턴 이 산 속에 저 혼자입니다.
상류 쪽 호수로 이동해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습니다.
호수에 미역줄기(?)같은게 있어서 반영이 깔끔하게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운치있는 사진이 완성되었습니다 :)
사진을 자세히 보면 왼쪽 바위 위쪽이 좀 하얗게 나옵니다.
저게 아직 달이 떠 있어서 장노출을 주면 하늘이 하얗게 떠버립니다.
그래서 달이 지고 은하수가 머리위로 떠오를 2시간까지 기다려야합니다.
산속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새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너무 추웠습니다.
또한 갑자기 곰이라도 튀어나와서 "닝겐노 안녕! 우리 하이파이브나 한번할까?"라고 말을 걸까봐 두려웠습니다.
저 멀리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소들의 워낭소리마저 무서운데 말이죠.
그래도 이렇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어서 마냥 좋았습니다.
설마 여기 관광지인데, 곰이 튀어나오겠어라며 스스로 위안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곰이 튀어나오지 않으니 안심하시고 마테호른을 구경하시길 바랍니다 :)
"Beautiful things never ask for attention."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제가 좋아하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마테호른을 저 혼자 볼 수밖에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이 멋진걸 다 같이 볼 수 있다면 너무나 좋을텐데.. 이렇게 사진을 블로그에 포스팅해서
전세계 사람들과 시선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는 마테호른은 또 느낌이 다릅니다.
물론 실제로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춥기도 하거니와 날씨가 저렇게 맑은날이 손에 꼽기 때문이죠 ^^;;
이 마지막 사진을 마지막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마을은 1000m 아래에 위치해있기 걸어서 가기에는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도 한 두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중간중간 어떻게 내려오는지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는 정말 춥고 무서워서 그냥 정신없이 내려왔습니다. -_-;;;
이날을 마지막으로 삼 주간의 유럽여행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쉬움도 참 많습니다.
"아 그곳도 가볼걸,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일걸"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여행이라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하루에 많으면 30km씩 걸어야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해서
예상치 못한 지연도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운이 없으면 저처럼 다칠 수도 있습니다 T^T
다친걸 생각해보면 또 다르게 제가 참 대단한 것 같네요. 그때 진물이 붕대를 흠뻑 적시는게 매일매일이라 하루에 몇번씩 갈아주기 바빴으니까요.
그때 알았습니다. 왜 여행가서 다치지 말라고하는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꼭 다치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
여행은 연애와 비슷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고 여행을 시작하면서 흥분을 감추지못하며
또 어쩔 때는 여행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또 어쩔 때는 지쳐 그만두고 싶어질 때도 생깁니다.
하지만 또 다른 원동력으로 힘을 얻고 누군가를 사랑하듯 본인의 여행을 계속 이어나갑니다.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보면 여행에 시간이 쌓입니다.
그렇게 여행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밀린 숙제를 끝내야 하듯 다시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항상 어떠한 아쉬움이 그렇듯 슬프고 몹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간 또 다른 여행이 있는걸 알기에 그 슬픔이 우리를 잠식하지 않게합니다.
항상 그렇듯, 이별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합니다.
저의 처음이었던 유럽여행이 끝났습니다. 이렇게 포스팅을 하다보니
그때 얼마나 아쉬웠는지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한참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오겠죠. 그게 언제가될지 그리고 누구와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리 될 것은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마냥 좋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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