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인터넷의 차이에서 오는 기성세대와 현세대의 차이에 다한 상념
TV와 인터넷은 둘이 서로 닮았으면서도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둘 다 보고 듣는 것에 집중되어있고, 끊임없는 생산된 콘텐츠들이 화면을 통해 재생되고,
즐거움, 감동, 분노 등 감정을 자아 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것에는 같은 성격을 가진다.
TV는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클릭하는 것 그리고 채널과 볼륨을 돌리는 것 이외에는 큰 선택권이 없다.
물론 홈버튼을 클릭해 넷플릭스, 왓챠 같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겠지만 그것은 인터넷의 부분이니 제외하도록 하자.
리모컨으로 전원을 켠 이후에 TV는 마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우리가 채널을 돌리고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주어진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방송이 있어서 몇 시 몇 번에 하는 방송을 보지만
그 방송을 몇 시에 할지, 몇 번에서 하는 것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내가 아니다.
국가의 공무원의 선택으로 채널의 번호가 골라졌고, 방송국 관리자들에 의해 그 방송이
몇 시에 어떻게 송출될지 선택된다.
우리는 그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며 마치 우리가 원해서 그 방송을 보는 것처럼
TV는 사람에게 선택을 허락하는 척한다. (우리 삶이 늘 그렇듯 말이다)
반면,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
만일 리모컨으로 TV를 켜듯 인터넷은 켠다면 우리는 초록색이나 노란색이나
파란색 혹은 무채색의 기다란 사각형에 왼쪽 칸에 깜빡이는, 세로로 긴 작은 바만 무한정 쳐다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온전히 즐기려면 우리는 검색이라는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을 하고자 하면 또 다른 선택들이 꼬리를 문다.
물론 검색엔진(google, NAVER, Kakao 등)이 가지고 있는 필터로 우리의 선택은
제한적이거나 혹은 강요받을 수 있지만 TV와의 비교함에 있어서 그 제약을 무시하거나 최소화될 수 있다.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마음이 안 든다면 구글이나 카카오로 갈 수 있고 반대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TV의 채널을 돌리는 행위와 결을 달리한다. 방송의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우리가 그 콘텐츠를 부분 수정하거나 방송이 나오는 시간을 바꿀 수 없다.
인터넷은 이와 달리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대로 검색할 수 있고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현세대(20~40대)들은 인터넷이 편리하다. 여기셔 편리는 convenient의 편리다.
항상 공부를 해야 한다는 설계상 근본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무한의 가까운
편의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땅에 있어도 지하에 있어도 비행기에 있어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고
해저케이블이나 전파의 형태로 정보들은 빛의 속도로 지구를 날아다닌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미국의 서버에 저장된다고 한들 그 콘텐츠를
한국에서 즐기는 것에는 약간의 타임딜레이가 있을 뿐 우리가 그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
큰 제약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기꺼이 그 콘텐츠를 즐기고 즐거움을 얻는다.
반면 기성세대(50~80대 그리고 그 이상)은 TV가 편리하다.
여기서 편리는 위에서 언급한 편리가 아니라 comfort의 편리다.
즉, 변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편리를 얻고 그들은 즐거움을 얻는다.
비록 정보를 제공받는 것에서는 인터넷에 비하면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국가를 신뢰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양질의 정보는 항상 공영방송을 통해 제공받는다.
공영방송의 번호가 바뀌지 않고 그날의 가장 중요한 정보는 항상 21시에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채널을 선택하지도(혹은 채널을 선택하는 최소한의 선택으로),
어떻게 그 콘텐츠를 즐길지에 대한 방식을 선택하지도 않음으로써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는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현세대와 기성세대는 편리함을 얻고 즐거움을 얻고 정보를 제공받는 것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
다른 두 세대가 정보를 얻는 것에 있어서 방식의 차이는 곧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다르게 한다.
그 가치관은 우리가 어떤 믿음을 가지게 하는지에 일조한다.
현세대는 다양성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했고
기성세대는 신뢰성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했다.
현세대는 다양한 검색엔진,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소비하고
기성세대는 자신이 믿는 방송사를 통해 정보를 소비한다.
이 작은 습관이 현세대와 기성세대를 분리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에 대한 이해 없이 그들의 차이를 구별하기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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